일기

[ Nov 27 ] 어쩌다보니 블챌 마지막 날이지만 여기는 계속 내 일기장으로 써야지

star.candy 2024. 11. 27. 23:45

다소 정신 없는 월화수를 보냈다. 왜 내 손에 떨어진 "완료된 일"은 없는데 기묘하게 바빴던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늘 퇴근을 하며 보니 눈이 펑펑 오고 있었다. 함박눈을 본 것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추워서 그런가 솔직히 말해 별다른 기분은 들지 않았다. 눈이 정말 잘게 찢은 휴지조각 뿌려지듯 오는데 하필 또 오늘 검은 옷을 입어 시시각각 옷 위에 눈이 쌓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이 블챌 마지막 날 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하루만 더 참여하면 백화점 상품권 응모라는데(물론 난 태어나서 이런 거를 한 번도 당첨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는 않고 있다) 하마터면 응모 기회마저 날릴 뻔 했다.

블챌을 시작하기 전에는 꾸준하게 매일 일기를 써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데,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다 보니 이렇게 간당간당하게 14일을 채우게 되었다. 한 3년인가 4년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블챌을 했을 때에는 다 출석 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했지 싶다. 그래도 일기를 적으니 재미있긴 하다. 앞으로도 종종 여기에 푸념을 적어야지 싶다.

벌써 12월이 다가왔고 내년은 곧 올해가, 올해는 곧 작년이 된다.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세상에는 공부해야 할 전공 지식이 아주 산처럼 쌓여 있는데 엄두도 잘 나지 않고 아득한 기분도 든다.

솔직히 말해 차라리 우매함의 봉우리에라도 올랐으면 싶다ㅋㅋㅋ 도대체 이런걸 다 어떻게 머리에 넣고 다니는 걸까.

배 향 차를 샀다. 겨울 내 연구실에서 마실 생각이다. 기숙사를 나서기 전에 차를 쌓아둔 책장에서 오늘 마실 차를 고르는 것이 아주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된다.

오늘 퇴근길에 내리던 눈처럼 잔잔한 일상이 계속 반복된다. 아까 낮에 날이 애매하게 추워서 그랬는지 바닥은 이미 물로 변한 눈이 살얼음처럼 얼기 시작해서, 눈이 이렇게 많이 내려도 쌓이지는 않고 바로바로 녹아 없어졌다(그리고 이건 내일 출근길의 고난이 될 것이다). 뒤돌면 방금 읽은 것도 까먹는 나와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ㅋㅋㅋ

연말에다가 눈까지 오니 기분이 참 이상하다. 이제 더 이상 한 살 더 먹는 것에 의의를 두지 않지만, 연말이니 이 핑계로 보고 싶었던 사람들한테 연락이나 할까 싶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